입안과 얼굴 영역의 통증을 “구강안면통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글을 읽고 있으시다면 본인이나 가까운 분이 얼굴이나 입의 어떤 통증을 겪고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구강안면에서 발생하는 통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서 증상이 서로 비슷한 질환들 사이에서 헷갈려 하고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검사 없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구강안면에 존재하는 통증들의 큰 분류를 알면 통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입안과 얼굴에서 발생하는 통증의 큼지막한 분류들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머리 및 목에 발생하는 통증은 서로 원인이 다르기에 치료법도 통증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특히, 치아나 잇몸을 원인으로 하지 않는 통증을 비치성 통증이라고 하는데, 비치성 통증은 일반적인 치과 시술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가 간단하지 않다보니, 환자분들도 많이 답답해 하시고 치과의사 또한 치료계획을 세우기 위한 고민이 많아집니다. 결국 치료계획을 잘 세우려면 통증을 정확하게 진단하는게 핵심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통증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강안면통증은 증상만으로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 치아나 잇몸의 병으로 인한 통증과 비슷한 양상을 띄기도 합니다. 혼동을 막기 위해서는 각 통증의 원인에 따른 구강안면통증의 분류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각 통증장애의 원인에 따른 분류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각각 통증장애의 세부적인 내용은 글 하단에 포스트의 링크를 추가하겠습니다.

구강안면통증, 간단한 분류

아래는 대한측두장애학회에서 홈페이지에 게시한 <구강안면통증 및 측두하악장애에 대한 분류 체계>입니다. 같은 내용을 마인드맵의 형태로 정리해 봤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발생 빈도가 높은 통증장애들을 위주로 정리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통증의 원인 (예를 들면 구강 연조직이면 어떤 연조직인지?)의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화하여 정리해둔 것이고, 현재 구강안면통증을 앓고 있다면 좀 더 학술적인 분류를 앎이 적절해보입니다. 치과의사들이 구강안면통증을 진단 목적으로 분류하는 체계는 질병의 원인에 기반하며, 좀 더 세부적인 통증 장애들까지 다룹니다.

구강안면통증, 복잡한 분류¹

대한측두장애학회지에서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구강안면통증의 종류입니다. 해외에서는 IASP 분류, Okeson의 분류, 등 다양한 분류법²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아래의 분류법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정말 많은 구강안면통증의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총 다섯가지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근육 장애, 턱관절 장애, 심인성 통증 장애 각각의 항목 내에서 정말 많은 하위 분류들이 존재하는데, 하위 분류 내의 통증 장애들은 서로 비슷한 원인과 증상을 보입니다. 개별 하위 항목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구강안면통증, 큰 분류에 대해서 살펴보자

1. 신경병변성 통증장애 (Neuropathic pain)

신경병변성 통증 장애에는 발작성, 지속성, 그리고 분류되지 않는 장애들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신경 체계의 비정상적인 활동에서 기원하는 통증입니다. 발작성 신경병변성 통증장애에는 대표적으로 삼차신경통증이 있습니다. 발작성이란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몇번 정도 통증이 갑자기 수 초에서 수분간 지속되는 통증입니다. 삼차신경통의 경우에는 전기 자극과 같은 통증이 발생합니다. 그 외에도 설인신경통, 중간신경통, 상후두신경통과 같이 어떤 신경이 이환됐는지에 따라 질병명이 결정됩니다.

반대로 지속성 신경병변성 통증은 통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형태입니다. 뇌와 척수 (중추신경계)에서 발병하는 경우 중추성 신경병변성 통증, 말초신경에서 발병하면 말초성 신경병변성 통증입니다. 말초성 신경변성 통증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포진 후 신경통이 있습니다. 대상포진 감염 부위에서 지속적으로 얼얼함, 따가움, 작열감 등을 느끼는 형태의 통증입니다. 또 다른 형태의 말초성 신경변성 통증으로는 외상 후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구심로 차단 증후군이 대표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분류가 어려운 신경병변성 통증이 있습니다. 분류가 어려운 까닭은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구강작열감증후군, 비정형 치통이 있습니다. 구강작열감 증후군은 구강 내 점막에 특별한 비정상적 소견이 없고, 혈액검사에서도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혀와 구강 점막에서 작열감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비정형 치통의 경우 치아의 통증으로 인지하나, 치아에 비정상적 소견이 없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비정형 치통을 일반적인 치통과 감별하는 주된 방법은 치과용 국소마취를 시행했을 때 통증이 없어지는지 보는 것입니다. 비정형 치통의 경우 치아에서 비롯된 통증이 아니기에 치과 마취에 통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 비정형치통: 이 두가지 질환은 치료도 까다로우며 빈도도 흔하기에 별도의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2. 두개내 장애 (Intracranial disorders)

”두개내“라고 함은 두개골이 감싸고 있는 뇌와 그 주변 영역을 의미합니다. 두통의 원인이 두개내 장애의 원인으로 생각되면 신경과로 진료의뢰를 보냅니다. 두개 내 장애에는 종양, 동맥류, 농양, 출혈, 혈종, 부종과 같은 장애들이 있는데,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중증의 두개 내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³

• 새롭거나 갑작스럽게 통증 발생
•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증이 점점 심해짐
• 통증이 수면을 방해한다 –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
• 격무, 자세변화, 기침, 재채기, 배변에 의한 통증 유발
• 통증과 관련된 체중감소, 운동실조, 쇠약 등의 전신증상
• 통증 수반 발열
• 신경학적 징후와 증상 – 발작, 마비, 현기증
• 신경성 결손

3. 두개외 장애 (Extracranial disorders)

치과에 내원하면 가장 먼저 의심해볼만한 통증의 원인은 치아일 것입니다. 치아를 비롯한 두개외 구조물의 장애나 질환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눈, 귀, 코, 인후, 악관절, 부비동, 타액선도 치아와 잇몸과 더불어 통증의 원인으로 의심합니다.

4. 혈관 장애 (Vascular disorders)

구강안면신경통에서 혈관 장애로 인한 통증은 주로 일차성 두통 장애를 말합니다. 일차성 두통장애는 편두통, 긴장성 두통, 군집성 두통, 측두동맥염 등이 있습니다. 두통의 원인은 신경학적인 기전의 결과로 혈관에 반응이 야기되는 것입니다. 혈관장애로 인한 두통을 감별하는 과정에서는 양측성인지 편측성인지, 아픈 부위가 머리에서 어느 부분인지, 지속시간, 등을 고려해서 진단합니다. 어떤 종류의 혈관성 두통인지에 따라 약 처방도 달라지게 됩니다.

5. 근육장애와 턱관절장애 (Muscle and Joint disorders)

저작근이나 턱관절에 이환된 장애들을 측두하악장애 (Temporomandibular disorder, TMD)라고 부릅니다. 측두하악장애는 구강안면 부위에서 가장 주요한 통증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때로는 측두하악장애의 연관통 (주변까지 아프게 되는 통증)으로 인해 충치, 치주염, 두통과 비슷한 통증 양상을 띄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가 아프다고 내원하는 환자분들 중에, 실제로는 치아 주변의 씹는 근육이 통증의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치아와 관련된 처치는 전혀 필요하지 않고,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 그리고 물리치료로 통증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통증간의 비슷한 양상이 진단과정을 복잡하게 합니다. 하지만 측두하악장애는 특징적으로 턱과 관자놀이 주변의 지속적인 통증을 보이며, 문진 시 통증의 발생경위, 완화요인, 악화요인을 분석해보면 비교적 분명하게 감별되는 질환입니다.

결론

이 글에서는 구강안면부에 다양한 통증의 분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종류가 많고 다양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통증이 사라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이후 포스트들에서는 각 통증장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다루겠습니다.

1. Hargreaves, K. (2011). Orofacial pain. PAIN, 152, S25-S32. https://doi.org/10.1016/j.pain.2010.12.024.. ↩︎
2. <구강안면통증과 측두하악장애 구강내과학 제 4편>, Dental Wisdom, 2012. ↩︎
3. <구강안면통증과 측두하악장애 구강내과학 제 4편>, Dental Wisdom, 2012. ↩︎